평범한 사랑, 법 앞에 평등한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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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WWF 댓글 0건 조회 36회 작성일24-10-12 11:44본문
결혼 6년 차인 소성욱(33) 씨는 2019년, 아버지에게 결혼식 청첩장을 건넨 날을 잊지 못한다. 아버지는 결혼을 반대했지만, 그 이유는 의외였다. "법적으로 인정도 안 되는데 굳이 결혼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었다. 아들이 같은 남성인 김용민(34) 씨와 결혼한다고 해서 반대한 것은 아니었다. "그럼 법적으로 인정되면 결혼해도 되나요?"라는 아들의 질문에, 아버지는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봐야겠지"라고 답했다. 아버지의 '실용주의적' 반대는 결국 이들의 사랑을 막지 못했지만, 소성욱 씨는 이 사건을 통해 깨달았다. “사람이 법을 바꾸기도 하지만, 법이 사람을 바꾸기도 한다”는 사실을.
소성욱·김용민 씨를 비롯해 한국에 사는 11쌍의 동성 부부가 혼인신고를 했으나, 동성이라는 이유로 수리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며 각 구청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는 이성 부부와 동등하게 ‘결혼할 권리’와 ‘법 앞의 평등’을 요구하는 '혼인평등 집단 소송'이다. 2014년, 김조광수-김승환 부부가 비슷한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한 지 10년 만에 다수의 동성 부부가 동성혼 법적 인정을 위해 집단적으로 소송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짧게는 2년, 길게는 24년간 함께해온 삶의 동반자로서, 그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법적 투쟁에 나섰다.
왜 지금 혼인평등을 요구하는가? ‘차별’에 맞서기 위해
박유안(24)·민다정(가명·35) 부부는 유안 씨가 잔병치레로 병원을 자주 찾아야 할 때마다, 법적 결속의 중요성을 실감한다고 말한다. 병원에서 다정 씨는 ‘법적 가족이 아니라 보호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을 자주 듣기 때문이다. 결국, 함께 살지 않는 유안 씨의 어머니가 먼 길을 달려와야만 하는 일이 반복된다. 동성 부부는 병원에서 보호자로 인정받지 못해 입원 동의서나 치료 경과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같은 사회보험이나 주거 등 각종 사회보장 제도에서도 이성 부부와 달리 혜택을 받지 못한다. 자녀 양육과 관련해서도 법적 보호가 미비하다.
정자를 기증받아 지난해 딸을 출산한 김규진(33)·김세연(36) 씨 부부는 주민등록상 세대주와 동거인으로만 기록되어 있으며, 세연 씨는 직장에서 ‘배우자 출산휴가’를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들은 "법적 안전망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상태에서 양육권 문제와 같은 중요한 사안에서 불안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동성혼 인정은 단순한 사회경제적 권리를 찾는 일이 아니라, 개인의 존엄과 행복을 추구하는 권리와도 직결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다
지난 7월, 대법원은 소성욱 씨가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인 김용민 씨의 피부양자로 인정받기 위해 낸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두 사람이 사실혼 관계와 유사한 생활공동체를 이뤘다고 보고,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는 동성 부부의 법적 지위를 인정한 최초의 판결로, 동성혼 법제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갤럽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동성혼 법제화에 찬성하는 의견은 40%로, 2019년 35%, 2021년 38%에 이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반면, 반대 의견은 2019년 56%에서 2023년 51%로 감소 추세다. 동성 부부들이 체감하는 시민들의 인식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김규진·김세연 부부는 자녀 양육 과정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관계를 존중해 주었으며, 오히려 공개적으로 지지를 받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소송을 통해 기대하는 변화
혼인평등 소송에 참여한 이들은 법적 인정을 통해 사회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박유안 씨는 성별을 정정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법이 나를 남성으로 인정하자 사람들의 인식이 확연히 바뀌었다"며 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규진·김세연 씨 부부는 아이가 있는 상황에서 더욱 법적 안전망이 절실해졌다고 말한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 엄마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겠다"는 다짐도 전했다.
소성욱 씨는 동성혼 법적 인정을 통해 성소수자 청소년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길 기대한다. 그는 "성소수자 부부가 법적으로 인정될 때, 청소년 성소수자들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며, 청소년 자살률 감소와 같은 긍정적인 사회적 변화가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년간 전 세계 39개국이 동성혼을 법제화했으며, 이는 국민들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었다. 한국에서도 법제화를 통해 차별 없는 사회로 나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출처 : https://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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