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자보호법 시행 6년… 여전히 ‘참거나 외면’하는 피해자들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시행된 지 6년이 지났지만, 민원인 갑질에 시달리는 노동자 10명 중 6명은 여전히 상황을 참거나 모르는 척하며 대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노동·시민단체인 직장갑질119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00명 중 16%가 고객, 학부모, 주민 등 민원인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중앙·지방 공공기관 종사자는 26.4%로, 민원 업무가 많은 직군에서 피해가 더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갑질 피해를 경험한 160명을 대상으로 한 후속 질문에서, **61.9%는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고 답했다. 25.6%는 직장을 그만뒀다고 밝혀, 피해가 심각한 경우 생계까지 위협받는 실태가 확인됐다. 반면 **회사에 대책을 요청한 경우는 26.3%**에 불과했다. 참거나 외면하는 비율이 특히 **20대(74.2%)와 여성(68.4%)**에서 높게 나타났다.

소극적인 회사 대처가 문제

갑질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대책을 요구하지 않는 이유로는 **‘회사의 미온적인 대응’**이 지목됐다. 설문에 참여한 직장인 중 53.6%는 회사가 고객 등 제3자의 폭언과 폭행으로부터 충분히 보호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중 **10.2%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응답해, 기업의 책임 방치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이번 조사는 2018년 10월 18일 시행된 감정노동자보호법(산업안전보건법 41조)의 시행 6년을 맞아 진행된 실태 조사다. 해당 법은 사업주에게 고객 응대 근로자가 폭언, 폭행 등으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지 않도록 조처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사업주는 근로자의 건강이 위협받을 경우 업무 중단 또는 전환을 해야 하며, 근로자가 관련 조처를 요청했다고 해서 불이익을 주는 것은 금지된다.

법의 실효성 강화 필요성 제기

직장갑질119의 송아름 노무사는 “법 위반에 따른 제재 규정이 미흡해 고용노동부의 관리·감독이 소극적이라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예방-발생-사후 조치의 전 과정에서 실질적인 감정노동자 보호가 이뤄지는지 면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정노동자들이 법적 보호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법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출처 :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6336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