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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딥페이크 삭제 책임’ 담은 입법안 국회 여가위 통과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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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WWF 댓글 0건 조회 57회 작성일24-09-2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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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선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열린 여가위 전체회의에서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이인선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열린 여가위 전체회의에서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딥페이크(이미지·음성 합성 기술)를 비롯한 디지털성범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경찰에 아동 대상 범죄피해물 삭제·접속차단 요청 권한을 부여하는 법 개정안 마련이 소관 상임위에서 무산됐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여가위)가 ‘업무 부담이 늘어난다’(경찰), ‘인터넷 사업자에 과도한 의무가 될 수 있다’(방송통신위원회) 등 유관부처의 반대 입장을 수용한 결과다. 현재 디지털성범죄 피해물을 삭제하려면 방송·통신 심의를 위한 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를 통해야만 한다.

국회 여가위는 23일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잇달아 열어 이런 내용을 포함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폭력방지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애초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은 경찰이 아동·청소년 성범죄피해물을 발견하면 직접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에 삭제·차단을 요청하는 ‘응급조치’ 신설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여가위 법안심사소위 논의 과정에서 경찰과 방통위 등 정부 반대에 부닥쳐 경찰이 범죄피해물 삭제를 ‘방심위에 지체 없이 요청하도록 하는’ 개정안 마련에 그쳤다.

불법촬영이나 불법합성 등 디지털성범죄 피해물이 발견됐을 때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에게 삭제하라고 요구하거나 접속 차단 조처를 내리는 주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다. 한겨레 자료
불법촬영이나 불법합성 등 디지털성범죄 피해물이 발견됐을 때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에게 삭제하라고 요구하거나 접속 차단 조처를 내리는 주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다. 한겨레 자료

불법합성·불법촬영 등 디지털성범죄 피해물은 온라인 공간에 한 번이라도 유포되면 순식간에 퍼지는 특성이 있으므로 수사 과정에서 발견한 피해물에 대해 경찰이 삭제 요청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대응 전문위원회도 2021년 ‘수사기관의 삭제·차단 요청 권한이 법에 명시돼 있지 않아 피해자 지원의 신속성이 저해된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대응 전문위원회 팀장을 지낸 서지현 전 검사는 이날 한겨레에 “현재 민간기구인 방심위가 범죄피해물 삭제 차단의 중심에 있는 건 이를 피해물이 아닌 음란물로 보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국가가 더이상 성범죄 피해물을 음란물로 취급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도 경찰이 디지털성범죄 피해물 삭제·차단 요청을 하도록 하는 ‘응급조치’ 도입이 뼈대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여가위가 처리한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 역시 법사위로 넘어가 심의·의결을 거치므로 응급조치 도입 여부에 대해선 재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 대해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디지털성범죄 피해물 삭제 체계에 대한 국가 차원의 청사진이 부족하다”며 “개별 국회의원의 법 발의만으로는 피해 최소화 모색에 한계가 있으므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짚었다.

한편, 여가위 문턱을 넘은 딥페이크 방지 및 피해자 지원 법안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이용해 이들을 협박한 자에 대한 처벌 조항을 마련해 성폭력처벌법보다 무겁게 처벌토록 하고 △불법촬영물 삭제와 피해자 회복 지원을 국가 책무로 명시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날 처리된 법안은 이르면 26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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