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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여대의 존재 이유…“성평등 이루어지면 자연스럽게 소멸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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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WWF 댓글 0건 조회 7회 작성일24-11-1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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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의 존재 이유와 공학 전환 논의, 우리는 무엇을 성찰해야 하나?

 

동덕여대 학생들이 학교의 남녀공학 전환 추진에 반대하며 수업 거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성신여대도 내년 국제학부에 외국인 남학생 입학을 허용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며 총학생회가 학교 측의 일방적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는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 위기 속에서 여대들이 공학 전환이라는 대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의 단면이다.

 

여대의 역사적 배경과 변화

한국 최초의 여성 교육기관인 이화학당(현 이화여대)은 여성의 교육 기회조차 없던 1886년, 가난하거나 고아로 떠돌던 여성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며 설립됐다. 이후 여대는 여성 인권과 사회적 역할 확대와 긴밀히 연계되어 발전해왔다. 1960~1980년대 여성 노동자 양성과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며 고등교육 기관으로서 여대의 역할은 더욱 강조됐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정부 정책 변화와 대학 간 경쟁 심화로 인해 여대의 숫자는 대폭 줄었다. 수도권을 제외한 다수의 여대들이 신입생 유치의 어려움 속에서 공학 전환을 결정했고, 현재 남은 14곳 중 12곳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공학 전환, 해결책인가?

최근 여대들이 공학 전환을 고민하는 이유는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 위기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이를 생존을 위한 **‘가장 손쉬운 선택’**이라 비판하며, 여대의 공학 전환이 실제로 교육의 질을 높이거나 성평등에 기여한다는 근거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여대에서 공학으로 전환한 신라대 사례(2002년)를 보면, 소수인 남학생들이 학내 주요 리더십을 독점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는 성평등 교육 환경이 오히려 약화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여대의 현재적 의미와 역할 재구성

오늘날 여대의 존재 이유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2005년 여학생 대학 진학률이 남학생을 넘어섰고, 여대의 역할에 대한 의문이나 ‘역차별’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예컨대, 남성이 이화여대 약학대학 등 특정 여대의 입학 제한이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사례들이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대학의 역사성과 자율성을 이유로 이러한 주장들을 기각했지만, 이는 여대의 공적 역할과 미래를 둘러싼 논쟁의 연장선에 있다.

 

권김현영 이화여대 연구위원은 **흑인대학(HBCU)**이나 방글라데시국립여자대학(AUW) 사례를 언급하며, 여대가 소수자 인권을 증진하고 사회적 기여를 확대하기 위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대를 둘러싼 도전과 과제

여대가 단순히 여성만의 교육 공간으로서 머물기보다, 소수자 인권 감수성을 기르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장으로 거듭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은아 이화여대 교수는 여대가 **“역사성과 새로운 질문을 통해 의미를 변화시켜온 공간”**이라며, 앞으로도 이러한 역할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학 전환은 여대 내부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채 제시되는 경우가 많아 학생·교수·졸업생 간 공론화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여대가 단순히 여학생들이 모인 곳이 아니라, 성차별 완화와 소수자 권익 증진을 위한 공간으로서 그 정체성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대는 단순히 하나의 학교를 넘어, 여성 인권과 교육 기회의 확장을 위한 역사적 자산이다. 이를 어떻게 재구성하고 다음 세대에 전할 것인지는 여대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출처 : https://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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