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반구걸법’의 그늘… 아프간 여성, 구금 중 성폭행·학대 증언

탈레반이 제정한 ‘반구걸법’에 따라 체포된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구금 중 성폭행과 학대를 당했다는 충격적인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2일 가디언과 잔타임스에 따르면, 거리에서 구걸하다 체포된 여성들은 구금 시설에서 성적 학대, 구타, 강제 노동을 겪었으며, 어린이들마저 학대받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지난 5월 ‘반구걸법’을 제정해 “건강하며 하루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의 구걸을 금지했다. 이 법은 구걸 행위자를 관리하기 위한 위원회를 설립하고, 지문 등 생체 정보를 채취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카불에서만 5만 명 이상이 이 법 위반으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법은 경제적 권리를 박탈당한 아프간 여성들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 자녀를 둔 한 여성은 남편 실종 후 음식을 구걸하다 구금됐다. 그는 “감옥에서 강제로 요리, 청소, 세탁을 해야 했고, 지문 채취를 거부하자 심한 구타를 당했다”며 성폭행 피해를 털어놨다. 또 다른 여성은 딸과 함께 구걸하다 15일간 구금됐으며, 구금 중 폭력과 학대를 겪었다고 증언했다.

잔타임스에 따르면 구금된 여성과 아이들의 상황은 비참했다. 한 여성은 자신이 수감된 교도소에 여성과 어린이 500명 이상이 있었으며, 배고픔으로 기절한 아이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구금 시설 내에서 아동이 구타당해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탈레반은 2021년 재집권 이후 여성의 사회적 활동과 기본 권리를 극단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여성의 초등교육 외 교육은 금지됐으며, 공공 및 민간 일자리 참여도 차단됐다. 여성이 남성 보호자 없이 이동하거나 공원, 체육관을 방문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율은 2023년 4.8%로 급감했다. 이는 탈레반 재집권 이전 15~20% 수준에서 크게 떨어진 수치다. 남성의 노동 참여율이 69.1%인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이러한 여성 취업 금지가 아프간 국내총생산(GDP)의 약 5%에 해당하는 연간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의 손실을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탈레반 측은 이 같은 비판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아프간 내 여성 인권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며, 잔타임스와 같은 독립 매체가 이들의 목소리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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