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흘림 없는 승리”…남태령에서 다시 쓰는 농민과 여성의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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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WWF 댓글 0건 조회 33회 작성일24-12-25 20:06본문
[농촌에서 남태령까지, 여성 농민의 외침]
"저는 충남 부여에서 유기농 채소와 토종쌀, 토종밀을 재배하는 여성 농민입니다. 그리고 ‘전봉준투쟁단’의 일원이자 BTS 팬클럽 아미입니다."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남태령 고개에서 마이크를 잡은 신지연(49)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충남연합 사무처장의 자기소개는 강렬했습니다. 그는 21일 새벽 충남 부여에서 출발해 1박 2일 동안 상경 투쟁에 참여하고 40시간 만에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번 투쟁은 전여농과 전국농민총연맹(전농)이 주도했으며, ‘전봉준투쟁단’의 트랙터 대행진으로 농민들의 목소리를 서울로 전달하려는 시도였습니다.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남태령 일대에서 전봉준투쟁단의 트랙터가 경찰버스로 막혀 있다.
남태령 대첩, 연대의 상징이 되다
트랙터를 앞세운 농민들은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향하려 했지만, 경찰의 차벽에 막혀 남태령 고개에서 밤을 지새우며 대치했습니다. 약 28시간 만에 경찰이 물러났고, 이 사건은 ‘남태령 대첩’으로 불리며 농민들의 연대를 상징하는 중요한 장면이 되었습니다.
신지연 사무처장은 “이번 투쟁에서 시민들이 농민 집회를 자기 일처럼 돕는 모습을 보며 깊은 연대감을 느꼈다”고 회상했습니다. 핫팩과 방석, 물품 나눔, 화장실 안내 등 시민들의 지원은 농민들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특히 여성들의 활약이 돋보였던 이번 현장에서 그는 “조건 없는 연대”의 진정한 의미를 체감했다고 말했습니다.
농촌과 여성 농민의 현실
25년간 농사를 지으며 농민운동에 참여해온 신 처장은, 이번 투쟁이 농민운동과 여성의 권리를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여성 농민은 전체 농업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농업 정책에서는 여전히 소외되어 있습니다. 세대주 중심의 농업 정책과 농촌 사회의 가부장적 문화는 여성 농민을 ‘무급 가족 종사자’로 머물게 하고, 경제적 자립도 어렵게 만듭니다.
신 처장은 “여성 농민은 트랙터를 운전할 기술이 있어도, 고가의 장비를 소유할 경제적 여건이 부족하거나 돌봄 역할로 인해 투쟁 현장에 나설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농촌에서 여성의 위치를 되돌아봤습니다. 그는 여성 농민들이 농촌과 농업을 지키는 숨은 주역임을 강조하며, “남태령 대첩의 영광을 여성 농민들과도 함께 나누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연대와 변화의 씨앗
이번 남태령 투쟁에서는 농민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시민들이 연대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여성, 청소년, 성소수자, 이주민 등 각자의 차별 경험을 나누며 농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신 처장은 “시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누며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 연대의 기억이 앞으로 농사를 더 열심히 짓는 원동력이 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또한, 농촌에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도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귀농을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오십시오. 저희가 든든한 언니가 되어 여러분의 버팀목이 되겠습니다. 함께 농촌과 사회를 조금씩 바꿔가는 재미를 느껴보세요.”
농촌, 연대, 그리고 미래
남태령에서의 경험은 단순한 투쟁을 넘어, 농민과 시민, 그리고 사회의 새로운 연대 가능성을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신 처장은 “이번 투쟁이 농민뿐만 아니라 성평등한 농촌,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농촌의 변화를 꿈꾸는 이 여성 농민의 외침은 농업을 넘어 더 나은 사회를 향한 희망의 씨앗이 되어 퍼지고 있습니다.
출처 : https://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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